우연히 알게 된 시 한편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아서 나누려고 올려봅니다.
(워낙 유명해서 이미 다 알고 계실꺼예요~)
감동적인 시) 곰국 끓이던 날
- 손세실리아 -
노모의 칠순 잔치 부조 고맙다며
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 왔다
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 내고
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
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
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
물어보나 마나 암소란다
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
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
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 되고
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
그랬구나
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
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
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
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 먹고 살았구나
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
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 축이며 살아왔구나
희멀건 국물,
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
전 정말로 어머니가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ㅠㅠ
이제는 어머니의 그 사랑에 보답드리는
장성한 자녀이고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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